역시 이재용 부회장의 사과문은 깔끔하고 간결했다. 경영권 승계, 노사문제, 소통 및 준법감시에 대한 입장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하여 발표했다.
물론 객관적인 방법론은 없었으나, 부회장이며 실질적인 삼성그룹의 리더로서 자신의 입장을 구체적으로 정리했다고 생각한다. 재벌 중 이렇게 언론에 나타나 고개를 숙인 사람이 있는지 궁금하다...
이날 오후 이 부회장은 삼성전자 서초사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제는 경영권 승계 문제로 더 이상 논란 생기지 않게 하겠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 부회장은 또 “그동안 저와 삼성은 승계와 관련 많은 질책 받아왔다.
삼성 에버랜드 SDS 건에 대해 비난을 받았고, 최근에는 승계 관련 뇌물 혐의로 재판이 진행 중이기도 하다”라며 “많은 논란은 근본적으로 이 문제에서 비롯된 게 사실”이라고 덧붙였다.
또한 삼성그룹에 대한 현재 상황과 앞으로 나아갈 방향도 제시했다고 생각한다. 삼성의 가치는 기술이다. 각 계열사가 하나의 힘으로 뭉쳐서 위기를 돌파해야된다고 생각한다.
이재용 부회장이여 자부심을 가져라!
이재용 부회장 입장 전문
오늘의 삼성은 글로벌 일류기업으로 성장했다. 국민의 사랑과 관심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때로는 국민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 했다. 오히려 실망을 안겨드리고 심려 끼쳐드리기도 했다 법과 윤리를 엄격하게 준수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사회와 소통하고 공감하는 데에도 부족함이 있었다. 기술과 제품은 일류라는 찬사 듣고 있지만 삼성을 바라보는 시선은 여전히 따갑다. 이 모든 것은 저희들의 부족함 때문이다. 저의 잘못이다. 사과드린다.
저는 오늘 반성하는 마음으로 삼성의 현안에 대해 솔직한 입장 말씀드리고자 한다. 먼저 경영권 승계. 그동안 저와 삼성은 승계 관련해 많은 질책 받아왔다. 특히 삼성 에버랜드·에스디에스 건에 대해서 비난 받아왔다. 최근 승계 관련한 뇌물 혐의로 재판이 진행중이기도 하다. 저와 삼성 둘러싸고 제기된 많은 논란 근본적으로 이 문제에서 비롯된 게 사실이다. 이 자리에서 분명하게 약속드린다. 이제는 경영권 승계 문제로 더이상 논란이 생기지 않도록 하겠다. 법을 어기는 일은 결코 하지 않겠다. 편법에 기대거나 윤리적으로 지탄받는 일도 하지 않겠다. 오로지 회사의 가치를 높이는 일에만 집중하겠다.
이 기회를 빌려 그동안 가져온 제 소회를 말씀드리고 싶다. 2014년에 회장님이 쓰러지고 난 후 부족하지만 회사를 위해 나름대로 최선을 다했다. 하지만 큰 성과를 거뒀다고 자부하긴 어렵다. 다만 그 과정에서 깨닫고 배운 것도 적지 않았다. 미래 비전과 도전의지도 갖게 됐다. 저는 지금 한차원 더 높게 비약하는 새로운 삼성을 꿈꾸고 있다. 끊임없는 혁신과 기술력으로 가장 잘 할 수 있는 분야에 집중하면서도 신사업에 과감하게 도전하겠다
우리 사회가 보다 더 윤택해지게 하고 싶다. 그래서 더 많은 분들이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하는데 기여하고 싶다.
삼성을 둘러싼 환경은 이전과는 완전히 다르다. 경쟁은 더욱 치열해지고 시장 룰은 급변하고 있다. 위기는 우리 옆에 있고 미래는 예측할 수 없다. 삼성전자는 기업 규모, 아이티 특성으로 보다 전문성과 통찰력 갖춘 최고 수준 경영 만이 성장 담보할 수 있다. 이것이 제가 갖고 있는 절박한 위기 의식이다. 삼성은 앞으로도 성별과 학벌, 국적 불문하고 훌륭한 인재 모셔와야 한다. 그 인재들이 주인의식과 사명감 가지고 치열하게 일하면서 저보다 중요한 위치에서 사업을 이끌어가도록 해야 한다.
그것이 바로 저에게 부여된 책임이자 사명이라고 생각한다. 제가 그 역할 충실히 수행할 때 삼성은 계속 삼성일 수 있을 것이다.
이 기회에 한말씀 더 드리겠다. 저는 제 아이들에게 회사 경영권을 물려주지 않을 생각이다. 오래 전부터 마음 속에는 두고 있었지만 외부에 밝히는 것은 두려워해왔다. 경영 환경도 결코 녹록치 않은데다 제 자신이 제대로 평가도 받기 전에 제 이후에 제 승계를 언급한다는 것이 무책임한 일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다음은 노사문제에 대한 입장을 말씀드리겠다. 삼성의 노사문화는 시대의 변화에 부응하지 못 했다. 최근에는 삼성 에버랜드와 삼성전자서비스건으로 많은 직원들이 재판 받고 있다 책임을 통감한다. 그동한 삼성 노조문제로 인해 상처 입은 모든 분들에게 진심으로 사과드린다.
이제 더이상 삼성에서는 무노조경영이라는 말이 나오지 않도록 하겠다. 노사관계 법령을 철저히 준수하고 노동3권을 확실히 보장하겠다. 노사 화합과 상생을 도모하겠다. 그래서 건전한 노사문화가 정착되도록 하겠다.
시민사회 소통과 준법감시에 대해 말쓰드리겠다. 시민사회와 언론은 감시와 견제가 그 본연의 역할이다. 기업 스스로가 볼 수 없는 허물을 비춰주는 거울이다. 외부의 질책과 조언을 열린 자세로 경청할 것이다. 낮은 자세로 먼저 한걸음 다가서겠다. 우리 사회의 다양한 가치에 귀를 기울이겠다. 준법은 결코 타협할 수 없는 가치이다. 저부터 준법을 거듭 다짐하겠다. 준법이 삼성의 문화로 확고하게 뿌리내리도록 하겠다. 저와 관련한 재판이 끝나더라도 준감위는 독립적 위치에서 계속 활동할 것이다. 그 활동이 중단 없이 이뤄지도록 하겠다.
삼성의 오늘은 과거에는 불가능했던 불가능해보였던 미래다. 임직원 모두의 헌신과 노력이 있었고 많은 국민들의 성원도 있었기에 가능했다. 최근 2-3개월 간 거치 전례 없는 위기 상황에서 저는 진정한 국격이 뭘 의미하는지 절실히 느꼈다. 목숨 걸고 생명 지키는 일이 나선 의료진, 공동체 위해 발벗고 나선 자원봉사자들, 어려운 이웃 위해 배려 나눔 실천하는 많은 시민들. 이른 분들 보면서 무한한 자긍심 느껴. 기업인 한 사람으로서 많은 것 되돌아보게 됐고 제 어깨는 더욱 무거워졌다.
대한민국의 국격에 어울리는 새로운 삼성을 만들겠다. 감사합니다.
부록 - 메르스 사태 당시 이재용 부회장의 입장문
저희 삼성서울병원이 메르스 감염과 확산을 막지 못해 국민 여러분께 너무 큰 고통과 걱정을 끼쳐 드렸습니다. 머리 숙여 사죄합니다.
특히 메르스로 인해 유명을 달리하신 분들과 유족분들 아직 치료중이신 환자분들, 예기치 않은 격리조치로 불편을 겪으신 분들께 죄송합니다.
저의 아버님께서도 1년 넘게 병원에 누워 계십니다. 환자분들과 가족분들께서 겪으신 불안과 고통을 조금이나마 이해하고 있습니다 .환자분들은 저희가 끝까지 책임지고 치료해 드리겠습니다. 관계 당국과도 긴밀히 협조해 메르스 사태가 이른 시일 안에 완전히 해결되도록 모든 힘을 다하겠습니다.
저희는 국민 여러분의 기대와 신뢰에 미치지 못했습니다. 저 자신이 참담한 심정입니다. 책임을 통감합니다. 사태가 수습되는 대로 병원을 대대적으로 혁신하겠습니다. 어떻게 이런 일이 발생했는지 철저히 조사하고 재발 방지를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습니다.
이번 일을 계기로 응급실을 포함한 진료 환경을 개선하고 부족했던 음압병실도 충분히 갖춰서 환자 분들께서 안심하고 치료받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들겠습니다.
저희는 앞으로 이런 감염 질환에 대처하기 위해 예방 활동과 함께 백신과 치료제 개발을 적극 지원하겠습니다. 말씀드리기 송구스럽지만 의료진은 벌써 한 달 이상 밤낮없이 치료와 간호에 헌신하고 있습니다.
이분들에게 격려와 성원을 부탁 드립니다. 메르스로 큰 고통을 겪고 계신 환자 분들의 조속한 쾌유를 기원하면서 다시 한번 진심으로 사과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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